
좋은 직장의 기준을 연봉 하나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갤럽(Gallup)은 급여와 고용 안정, 존중받으며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 성장 기회, 내 일에 관한 결정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일정과 업무량을 예측하고 조절할 수 있는지까지 다섯 가지를 함께 따졌습니다. 2026년 미국 근로자 1만7,874명을 이 기준으로 살펴본 결과, ‘좋은 일자리’에 해당한 사람은 41%였습니다.
이 결과는 갤럽이 Jobs for the Future, The Families and Workers Fund와 함께 진행한 American Job Quality Study(미국 일자리의 질 연구) 2026년 보고서에 실렸습니다. 연구진은 실업률이나 평균 임금 같은 기존 지표로는 일하는 사람의 하루가 잘 보이지 않는다고 보고, 일자리의 질을 직접 재기로 했습니다. 두 번째 해인 올해는 일자리의 질이 이직, 건강, 결근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함께 분석했습니다.
조사는 2026년 1월 26일부터 3월 24일까지 진행됐습니다. 대상은 조사 직전 7일 동안 돈을 받고 일한 미국의 18~75세 성인 1만7,874명입니다. 회사에 고용된 직원 1만5,482명에 더해 자영업자와 긱·독립 근로자도 포함했습니다. 응답자는 확률 표본으로 꾸린 갤럽 패널과 별도의 주소 기반 표본에서 뽑았고, 웹과 우편으로 답했습니다. 결과에는 성별·연령·인종·학력·지역이 미국 근로자 인구 구성과 맞도록 가중치를 적용했습니다.
조사는 2025년에 처음 시작됐습니다. 두 해 모두 1만7천 명 넘게 참여했고, 그중 1만1천 명 이상은 두 해 연속 응답했습니다. 덕분에 연구진은 같은 사람의 일자리가 1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 사람이 다니던 회사를 떠났는지까지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진은 일자리의 질을 다섯 영역으로 나누고, 영역마다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최소 기준을 구체적인 설문 문항으로 정했습니다. ‘회사에 만족하는가’를 한 번 묻는 대신, 응답자가 실제로 겪은 일을 확인할 수 있게 문항을 짰습니다.


풀타임 근로자는 월 소득이 2인 가구 기준 미국 연방 빈곤선의 300%, 즉 월 5,410달러 이상이어야 합니다. 직원이라면 유급휴가를 쓸 수 있어야 하고, 성과가 적절하고 경기가 크게 바뀌지 않는 한 지금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합니다. 파트타임 근로자는 소득이 이 선에 못 미치더라도 생활비 걱정이 없고, 생계를 위해 근무 시간을 늘리거나 부업에 기대지 않아도 되면 기준을 충족합니다.
지난 1년 동안 치료가 필요한 업무상 부상이나 질병이 없었고 일터에서 신체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지를 봅니다. 부상을 겪었더라도 안전하다고 강하게 느낀다면 이 조건은 충족합니다. 동료와 회사의 지지를 받고 소속감을 느끼는지, 존중받는지도 묻습니다. 인종·성별·나이·외모·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거나 상사·동료·고객에게 괴롭힘이나 위협을 당했다면 이 기준을 넘기 어렵습니다.
회사가 승진과 경력 개발 기회를 주는지, 지난 12개월 동안 직무 교육이나 멘토링 같은 학습에 참여했는지, 지금 하는 일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지를 봅니다.
보상, 근무 조건, 새 소프트웨어나 AI 도구 같은 신기술 도입 세 가지에 대해 본인이나 동료들이 실제로 가진 영향력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영향력을 따로 묻습니다. 두 값이 같거나 거의 같으면 기준을 충족합니다. 영향력의 절대적인 크기보다 기대와의 차이를 본 것입니다.
스스로 근무 시간을 정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최소 2주 전에 근무 일정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본인이 원하지 않은 근무 시간 변동이 크지 않아야 하고(주당 근무 시간 변동 25% 이내 등), 언제 얼마나 일할지에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일하는 방식을 스스로 정할 수 있는지, 맡은 일을 마칠 시간이 충분한지, 지나치게 빠른 속도를 요구받지는 않는지도 함께 봅니다.
응답자는 다섯 영역마다 상(1점)·중(2점)·하(3점) 가운데 하나를 받습니다. 다섯 점수의 평균이 1.67보다 낮으면 좋은 일자리, 그 이상이면 좋은 일자리가 아닌 것으로 분류합니다. 점수가 낮을수록 좋은 방식이어서, 두 영역이 ‘상’이고 세 영역이 ‘중’이면 평균 1.6으로 기준을 넘지만 ‘상’이 한 영역뿐이고 나머지가 모두 ‘중’이면 평균 1.8로 넘지 못합니다.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평균으로는 좋은 일자리에 들어가더라도 경제적 조건이 ‘하’이면 좋은 일자리에서 제외합니다. 연구진은 경제적 안정이 일자리의 질에서 그만큼 기본이 되는 조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41%는 다섯 조건을 하나도 빠짐없이 갖춘 사람의 비율이 아니라, 다섯 영역을 종합한 점수가 기준선을 넘고 생계도 흔들리지 않는 사람의 비율입니다.


2026년 미국 근로자 전체에서 좋은 일자리 기준에 해당한 비율은 41%로, 2025년 40%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연구진은 두 해의 결과로 미국 일자리의 질을 가늠할 기준선이 생기기 시작했다며, 미국에서 좋은 일자리는 여전히 보통의 일자리가 아니라 예외라고 정리했습니다. 직원만 보면 40%, 자영업자는 45%였습니다.
직책에 따른 차이가 컸습니다. 올해 처음 측정한 항목으로, 관리자·리더는 52%가 좋은 일자리에 있었지만 팀원 같은 개별 기여자는 36%에 그쳤습니다. 연구진은 이를 이번 연구에서 가장 큰 차이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산업별로는 전문·비즈니스 서비스업이 57%로 가장 높았고 창고업(22%)과 소매업(23%)이 가장 낮았습니다. 대부분의 산업은 2025년과 비슷했지만, 건설업은 45%에서 55%로 올라 예외적인 변화를 보였습니다. 다섯 영역 점수가 모두 올랐고, 그중 성장과 개발이 가장 크게 올랐습니다. 세대별로는 18~29세 Z세대 직원의 32%만 좋은 일자리에 있었습니다.


두 해 연속 응답한 직원을 비교하자 차이가 분명했습니다. 2025년에 좋은 일자리가 아니었던 직원의 15%는 1년 뒤 다른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일자리에 있던 직원에서는 8%로, 거의 두 배 차이입니다.
앞으로의 계획에서도 같은 흐름이 보였습니다. 12개월 안에 지금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한 비율은 좋은 일자리가 아닌 직원에서 16%, 좋은 일자리에 있는 직원에서 7%였습니다. 통계 분석에서는 좋은 일자리가 아닌 직원이 회사를 떠날 계획을 가질 오즈(odds)가 좋은 일자리에 있는 직원의 3.4배였습니다.


연구진은 다섯 영역 가운데 어떤 기준이 이직 의향과 연결되는지도 따로 분석했습니다. 각 영역에서 낮은 범주에 속한 직원과 높은 범주에 속한 직원을 비교하자, 떠날 계획을 가질 오즈는 직장 문화와 안전에서 3.1배로 가장 크게 벌어졌습니다. 성장과 개발이 2.5배, 경제적 조건이 2.0배, 의견과 영향력이 1.6배로 뒤를 이었고, 업무 구조와 자율성은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 관계는 나이·학력·인종·성별을 함께 고려한 뒤에도 유지됐습니다.
존중을 직접 물은 문항에서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일터에서 존중받는다는 말에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답한 직원의 32%가 1년 안에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했습니다. 매우 그렇다고 답한 직원에서는 9%였습니다.


직장 문화와 안전 영역의 세부 결과도 가볍지 않습니다. 미국 직원의 25%가 나이·인종·성적 지향·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답했고, 22%는 상사·동료·고객에게 괴롭힘이나 위협을 당했다고 답했습니다. 괴롭힘을 한 사람으로는 고객(13%)이 동료(9%)나 상사(7%)보다 많이 꼽혔습니다. 조사에서 측정한 어떤 형태의 부당한 대우도 겪지 않았다는 직원은 62%였습니다.
이직 의향과 더 강하게 연결된 쪽은 상사였습니다.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직원의 27%가 1년 안에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답했습니다. 동료에게 받은 경우는 21%, 고객에게 받은 경우는 19%였습니다. 연구진은 관리자가 직원을 대하는 방식이 직원 유지에 특히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봤습니다.


좋은 일자리에 있는 직원의 59%가 일에 매우 만족한다(10점 만점에 8~10점)고 답했습니다. 그렇지 않은 직원은 24%였습니다. 자신의 건강을 ‘최상’ 또는 ‘매우 좋음’으로 평가한 비율도 51%와 35%로 차이가 났습니다.
연구진은 이 응답을 미국 의료비 패널 조사(MEPS 2023)와 결합해 회사가 체감할 비용도 추정했습니다. 좋은 일자리에 있는 직원은 병이나 부상으로 쉬는 날이 연평균 4일로, 그렇지 않은 직원(5일)보다 하루 적었습니다. 민간보험이 부담하는 연간 의료비는 약 5,200달러로 6,200달러보다 16% 낮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연구진은 일자리의 질과 건강이 함께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을 뿐, 어느 쪽이 원인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올해 조사에는 AI 문항이 처음 들어갔습니다. 미국 직원의 28%가 업무에 AI를 주 1회 이상 쓰고 있었고(매일 13%, 매주 15%), 54%는 써 본 적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주 1회 이상 쓰는 직원의 52%가 좋은 일자리에 있었던 반면, 쓰지 않는 직원은 32%였습니다. 연구진은 이 결과가 AI를 써서 일자리가 좋아졌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AI를 자주 쓰는 사람은 관리자와 고학력 직원에 몰려 있는데, 이들은 원래 좋은 일자리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집단이기 때문입니다. 새 기술 도입에 원하는 만큼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고 답한 직원도 55%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좋은 직장의 기준은 연봉에 머물지 않습니다. 2024년 7월 보도된 사람인 조사에서 구직자·직장인 3,365명이 좋은 직장으로 가장 많이 꼽은 곳은 워라밸이 유지되는 직장(60.9%, 복수응답)이었고, 금전적 보상이 뛰어난 직장(52.7%)과 상사·동료와의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적은 직장(40.1%)이 뒤를 이었습니다. 갤럽의 다섯 기준과 겹치는 부분이 많습니다.
갤럽 연구가 더 보여준 것은 기준의 목록보다 그 조건을 누가 실제로 경험하는가입니다. 같은 미국 직원이라도 관리자·리더는 52%, 개별 기여자는 36%가 좋은 일자리에 있었습니다. 한 회사 안에서도 직책과 팀에 따라 일정을 얼마나 예측할 수 있는지, 성장 기회가 있는지, 결정에 얼마나 참여하는지가 다를 수 있습니다. 평균 연봉과 복지 제도처럼 회사가 제공한다고 말하는 조건과 직원이 하루하루 겪는 조건을 나란히 놓고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측정 방식에서도 참고할 점이 있습니다. 갤럽은 2주 전에 일정을 아는지, 지난 1년간 교육을 받았는지, 새 기술 도입에 원하는 만큼 의견을 낼 수 있는지처럼 확인할 수 있는 경험을 물었습니다. 조직문화 진단이나 직원 경험 서베이에 이런 문항을 넣으면, 점수가 낮을 때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도 함께 보입니다. 진단 결과를 원인과 실행 과제로 읽는 방법은 조직문화 진단 결과를 해석하는 다섯 단계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직 의향과 가장 강하게 연결된 것이 존중과 안전, 그리고 상사의 대우였다는 결과는 관리자를 평가하고 육성하는 기준을 다시 살펴볼 이유가 됩니다.
좋은 직장인지는 결국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이 겪는 조건으로 확인됩니다. 갤럽의 2년 치 데이터는 그 조건을 다섯 가지로 나눠 물으면 직원마다 차이가 크게 드러나고, 그 차이가 1년 뒤 회사에 남는지와도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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